빈가슴 열어 너를 채운다

가을에/양현근

소가리 2009. 7. 7. 06:07

다시, 가을에 / 양현근


가슴이 먹먹하여 한강둔치에 섰습니다
물안개는 자욱하고
꽃무더기 꽃무더기, 숨어서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꽃이름을 몰라 네 이름이 뭐야
지나는 바람을 도와 부드럽게 물어보았지만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뿐입니다
낯선 남정네가 마냥 부끄러운 모양입니다
나도 그만 무안해져 한강물에 가만 손을 담급니다
물살이 환하게 퍼져갑니다
참 이쁜 편지입니다
손을 빼보아도
앞물이 뒷물을 밀고 당겨가며
싱싱하게 파닥거리고 있습니다
멀리서 서강대교를 건너는 기차도 보입니다
푸른 사연들을 매달고
채워지지 않은 여백을 따라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그대가 밑줄친 세월사이로
쑥부쟁이며 개망초를 보았습니다
눈부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기 그리움이 한 움큼 피어 있습니다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다시,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