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잘 선택하면 승용차를 거저 가질 수 있다.
당신이 한 문앞에 선다.
그러자 주최 쪽에서 남은 두 문 가운데 하나를 열어 아무 것도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당신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
애초 선택을 유지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문으로 바꾸는 게 나을까.
이른바 ‘몬티 홀 문제’다.
‘흥정합시다’라는 미국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의 사회자 이름이 몬티 홀이었다.
많은 이들은 그대로 있든 다른 문으로 바꾸든 자동차를 가질 확률이 2분의 1로 같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그게 아니다.
그대로 있으면 확률이 3분의 1, 바꾸면 3분의 2다.
이유는 여러 방식으로 설명된다.
쉽게 생각해, 애초 선택한 문의 확률(3분의 1)은 그대로지만 다른 문에는
두 문의 확률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마지막 두 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사람에게는 양쪽 확률이 2분의 1로 똑같다.
반면 처음부터 참여한 사람에겐 그가 가진 추가 정보가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이처럼 확률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
이런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문제가 같더라도 푸는 사람이 사전 정보와 지식을 얼마나 가졌냐에 따라 답을 맞힐 확률은 달라진다.
같은 거리에서도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운전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확률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원자재난도 심각하다.
위기 요인을 가볍게 봐선 안 되지만 과장할 이유도 없다.
우리가 얼마나 영향받을지는 위기 자체보다는 우리 노력에 달렸다.
모든 정보와 지식을 활용해 확률을 낮춰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미리 정해놓은 성장 목표에 매달리며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듯해 걱정스럽다.
이런 ‘마음의 위기’는 실제 위기를 부를 확률을 높이기 마련이다.
미래를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조건의 변수는 파악하였지만, 개별 변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 확률의 진가가 발휘된다.
확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됨은 물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확률을 이용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할까?
필자의 주 업무인 IT시스템 관련 업무를 할 때 과거 실적 집계보다 미래에 대한 추정과 예측이
더 복잡하고 어려울 때가 많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상세하게 지정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숫자가 계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다 정확한 추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결과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예측하라?
미래를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다른 조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거나 또는 결과에 영향을 주는
조건의 변수는 파악하였지만,
개별 변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 던지기의 경우를 살펴보자.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의 힘, 방향, 스냅 등등을 면밀히 계산한다면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각 변수들을 정확히 관리하거나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도박을 소재로 한 홍콩 영화의 주윤발, 주성치는 제외하자 ^^).
그래서 주사위 던지기는 임의(Random) 선정의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그렇지만 각 변수들을 파악하고 있다면, 확률적으로 우리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통계학에서 배우는 확률은 미래를 예측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활용된다.
다음은 유명한 영화에서도 가끔 인용되는 ‘몬티홀' 문제로 확률과 선택의 이해를 돕는 데
유익한 사례이다.
무대 위에 세 개의 문이 있고 그 중 하나의 문 뒤에는 고급 승용차가,
나머지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어느 문 뒤에 고급 승용차가 있는지 출연자에게 알려 주지 않고, 출연자가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그 문 뒤에 있는 물건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확률과 관련된 묘한 조정이 있다.
출연자가 문(①번이라고 하자)을 선택한 후 각각의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알고 있는 사회자가 남은 ②번, ③번 문 중에서 하나의 문을 열어서 보여 준다(③번이라고 하자).
거기에 염소가 있다.
그런 다음 사회자는 출연자에게 “지금 ②번 문으로 선택을 바꾸셔도 됩니다.
바꾸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이 상황에서 출연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방송국 측이 어느 문에 고급 승용차를 숨겨 놓았는지 알려 주지 않았으므로,
출연자가 고급 승용차가 있는 문을 선택할 확률은 정확히 1/3이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의 확률의 합은 1이므로,
나머지 2/3의 확률은 출연자가 고르지 않은 ②번과 ③번 문에 있다.
사회자가 3번 문을 여는 순간에도 이 2/3의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자가 ②번과 ③번 문에 있는 나머지 2/3의 확률을 모아서 ②번 문으로 옮겨 준다.
이 시점에서 확률이 바뀌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확률을 모아 준 것뿐이다. 그래서 ①번 문에 고급 승용차가 있을 확률은
여전히 1/3이고, 나머지 열리지 않은
②번 문에 고급 승용차가 있을 확률은 2/3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의 올바른 선택은 “바꾼다”이다.
즉, 출연자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회자가 확률을 2/3로 높여 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정답이 알려진 뒤에도,
몬티홀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은 선택을 쉽게 바꾸지 않았다. 왜 그럴까?
선택을 바꾸었을 때 만약 처음에 선택한 문에 고급 승용차가 있을 경우,
“괜히 바꿨다”라는 후회가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차라리 마음을 바꾸지 않고 ‘초심을 유지했다'라는 위안을 보장받는 것이
더 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률의 구조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주위의 시선 때문에 선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선택을 지배하는 것은 당첨 확률이 아니라,
당첨이 되지 않았을 경우의 비난이나 자괴감 등이다.
유사한 상황은 현실에서도 있다.
“말이 씨가 된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니까 일이 풀리지 않는 거야.” 등의 말은
마치 생각과 말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는 듯이 보인다.
긍정적인 생각이 일의 성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변수를 잘 파악해야
확률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가끔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도 확률상으로 볼 때 선택을 바꾸는 것이 정답이지만,
잘못된 선택의 확률 1/3은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벤다이어그램을 만든 존 벤의 말을 상기하자.
“우리가 인지해야 할 것은 사물을 생각하는 마음의 법칙이 아니라,
사물을 실제로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이다.”
확률을 이용할 때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잘 파악하고,
그 변수들의 각 조건별 확률을 계산하여 좀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1/3만큼의 확률 차이를 얻기 위해서는 선택을 바꾸어야 한다.
바꾸는 것이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더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통계적 마인드로 세상을 보자
이제까지 다섯 번에 걸쳐 통계와 확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통계 자료의 타당성을 보는 방법, 통계학의 분석 대상인 현황과 관계에 있어
자주 발생하는 실수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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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은 ‘통계는 어렵다', ‘통계는 복잡하다' 등의 선입관을 떨치고
통계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바란다.
현대 사회는 숫자와 데이터와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 많은 자료가 산재되어 있다.
이러한 정보화시대에 통계에 대한 거부감이나 기피는 바람직하지 않다.
통계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우리 주변에 대한
다양한 상황들을 통계적 사고로 생각하며,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통계적 역량'을 활용하기 바란다.
통계학을 아는 만큼 세상을 잘 보게 된다.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세상을 더 잘 보고,
또 그만큼 세상과 친해지기를 바란다.
- 최제호 / 통계학 박사, 디포커스 상무이사, <통계의 미학> 저자.
Harem/Sarah Brigh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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