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 /강태민
나는 먼 곳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에게 내 모습 들키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먼 곳에서
너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다.
바람이 -
바람이 내가 서있는 숲의 나무 잎새를
술렁술렁 흔들어 놓고 있었다.
지나간 나의 모든 이야기가 갑작스레 낯설다
그리고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작고 초라하게 여겨진다.
너와 함께 하고픈 이내 마음이여
이것만이 진실이라고
살아있음이라고 느껴지는데
하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
밤새운 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로 서 있는
나를
너는 모른다.
나는 갈수록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데
네가 내 모습을 어서 빨리 찾아내 주기를 바라면서도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내 뜻을 나를 배반한다.
언뜻 너의 집 하얀 나무창문 흰 커튼 사이로
너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아주 가끔 이런 식으로 나는 너를 만나고 있지.
숲 속에 작은 새처럼
단 하나의 숲밖에는 알지 못하는
그것만이 모든 세계인줄로만 아는
아주 어린 새처럼
지금 내 영혼은
너의 사랑이라는 숲에 갇혀 버린 채
아흔 여섯 방울의 눈물로 가만히 서있다.
낭송 - 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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